한국의 외교는 강대국 상대로만 하는 게 아니다. 세계 190여개 나라에서 펼쳐진 숱한 외교성과가
쌓여 우리는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게 됐다. 지난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탄생은 우리 외교관들이 누비고 다닌 발품의 결실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어려운 근무환경을 이기면서 뛰는 외교관들이 있다. 외교관의 눈으로 보는 세계의 이모저모를 생생하게 전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크로아티아는 가톨릭 국가다. 크로아티아는 터키에 대항해 가톨릭인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을 지켰다. 그래서 서구 사람들이
크로아티아를 발칸의 일부라고 부를 때는 당장 ‘그러지 말라’고 요구한다. 유럽에서 발칸은 복잡한 문제만 발생시키는 ‘골치덩어리’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크로아티아는 우수한 외래문화를 수용하고 다른 이웃민족과 공존하면서 그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해안지방은 이탈리아의
해양 문화가, 내륙에서는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의 대륙 문화가, 크로아티아의 독자적인 슬라브 문화와 잘 어울려져 있다.
1인당 연간
소득이 다른 서구국가에 비해 훨씬 낮지만 시민들의 생활 만족도는 민족적 자부심과 더불어 상당히 높다. 크로아티아 정부는 수년내 EU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EU와의 가입협상이 느려지자 크로아티아인들의 EU 가입 지지도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EU가 요구하는 여러 가입기준이
이 나라 국민들이 그 동안 쌓은 경험과 제도를 무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한국과 크로아티아가 수교한지 15주년이 된다.
지난 15년간 크로아티아는 우리나라에 사람을 보냈다. 장관급 이상의 방한 횟수만 7차례다. 2006년 4월에는 스테판 메시치 대통령이 직접
우리나라를 공식 방문해 양국관계를 한층 돈독히 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지사가 있었으나 2005년 12월 처음 대사관을 열고
대사대리를 파견했다.
그 동안 우리가 크로아티아에 보낸 것은 우리나라 제품이다. 크로아티아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수출은
2억 달러를 웃돈다. 자동차 냉장고 에어컨 텔레비전 컴퓨터 등 한국 제품은 인기가 매우 높다. 크로아티아인들은 올림픽 월드컵 개최를 통해 한국을
잘 알게 됐으며, 한국의 고도 경제성장을 잘 알고 있다. 한국에 대한 호감도 높다.
크로아티아는 비록 규모는 작지만 세계 유수의
조선국이다. 상당히 고급 조선 기술을 가지고 있고 우수한 선박엔진을 생산하고 있어 한국과는 투자, 기술교환 등 협력할 여지가 많다.
크로아티아는 중부유럽의 관문에서 가장 입지가 좋은 리예카 항구를 가지고 있어 향후 항구 현대화 분야에서도 한국과 협력의 여지가
크다. 한국은 이미 2002~2003년 경협자금으로 리예카 항 컨테이너 하역 시설을 건설해 주었으며 크로아티아는 이를 매우 만족하고 있다.
IT협력은 특히 크로아티아가 깊은 관심을 보이는 분야다.
크로아티아의 콜린다 그라바르-키타로비치 외교장관(여성)이 한국의 초청으로 이번주
우리나라를 공식 방문하고 있다. 그라바르-키타로비치 장관은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양국관계 강화를 위해 이번에 우리나라를 꼭 방문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크로아티아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오고 있는 만큼 이제 우리도 크로아티아에 한 걸음 더 다가가야 할 때다.
주 크로아티아
대사관 대사대리 변대호
크로아티아는
이탈리아 동쪽 아드리아해 건너에 있는 작은 나라다. 면적은 약 5만5000㎢로 대한민국 크기의 절반, 인구는 약 450만명
정도다. 좋은 해안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관광의 나라, 와인을 생산하는 나라, 축구를 잘하는 나라, 넥타이의 원조국가 정도로 알려져 있다.
크로아티아의 아드리아 해안은 아기자기한 바위와 섬이 산재해 있어 아름답기로 유명하고 영화로도 소개된 점박이 개 이름인 ‘달마치아’가 바로
아드리아 해안지방이다. 그 최남단에는 지중해 최상의 고도시 관광지로 불리는 두브로브닉이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덕분에
연간 1000만명 가량의 유럽 관광객이 몰려온다.
2차대전 후 사회주의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구성국가였다가 1991년 5월 독립을
선포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8202달러다.
출처 : 내일신문(2007/05/25)